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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뉴키즈 레터

동네 이름이 붙었다고 모두 로컬 브랜드일까

김민규 그로스팀 팀장, 뉴키즈인베스트먼트
#로컬브랜드#로컬크리에이터#지역창업

여행지에서 산 잼 한 병, 골목의 작은 서점, 오래된 공장을 고쳐 만든 카페. 우리는 이런 곳을 쉽게 ‘로컬 브랜드’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그 가게가 떠난 뒤에도 지역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진 몇 장과 짧은 유행일까요, 아니면 다음 일거리를 시작할 사람과 이어질 관계일까요.

로컬은 업종의 이름이 아닙니다

정책의 언어로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의 자연·문화 특성에 아이디어를 더해 사업적 가치를 만드는 창업가를 말합니다. 식품과 관광부터 제조, 문화체험, 공간까지 범위도 넓습니다. 소비자에게는 획일적인 상품에서 한 걸음 벗어나는 선택지가, 사업자에게는 다른 곳에서 복제하기 어려운 맥락을 담는 경쟁 전략이 되어 줍니다.

다만 지역에 주소를 두었다고, 상표에 지역명을 넣었다고 좋은 로컬 브랜드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맛과 품질, 가격, 응대가 뒤따르지 않으면 ‘지역의 이야기’는 한 번의 기념품 구매로 끝나기 쉽습니다.

그 가치는 누구에게 돌아가나요

로컬 제품의 높은 가격은 작은 생산 규모와 정당한 노동의 대가일 수 있지만, 늘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지역의 이름을 붙여 비싸게 파는 것과 지역이 만든 가치를 제대로 보상하는 것은 다른 일이니까요.

주민에게도 로컬은 양면적입니다. 일자리와 판로가 생기기도 하지만, 늘 가던 가게가 사라지고 거리가 방문객의 무대로만 바뀌면 동네를 내어 주는 이름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골목을 알린 브랜드의 인기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오래 일한 상인이 떠나는 성공의 역설도 있습니다. 한 브랜드에 부동산 문제까지 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매출과 방문객 수만으로 성공을 말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로컬 브랜드를 다시 정의해 본다면

저는 로컬 브랜드 기업을 ‘지역에서 발견한 가치를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만들고, 그 과정의 기회와 성과를 지역 사람들과 꾸준히 나누는 기업’으로 다시 정의해 보고 싶습니다. 출신지나 매장 수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업의 결정이 어느 곳의 삶을 책임지려 하는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생산자와 창작자를 ‘스토리’의 등장인물이 아니라 계약의 당사자로 대하고, 방문객보다 주민의 일상을 먼저 살피고, 성장할수록 지역 안의 거래와 채용을 넓혀 가면 좋겠습니다. 정책도 사진 찍기 좋은 거리에서 멈추지 않고, 재구매와 사업의 생존, 기존 상인의 지속 영업까지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소비자인 우리도 ‘착한 소비’라는 면죄부에 기대기보다, 다시 찾을 만한 브랜드에 꾸준히 값을 치르는 방식으로 함께할 수 있습니다. 응원은 무조건적인 칭찬보다는, 오래 살아남을 기준을 함께 세워 가는 일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로컬 브랜드가 소중한 이유는 한 지역에서 계속 살고 일할 이유를 하나씩 늘려 주기 때문입니다. 지역의 고유함은 오래된 것을 붙잡아 둔다고 생기지 않고, 그곳 사람들이 오늘의 문제를 풀며 내일의 일을 만들어 갈 때 조금씩 쌓여 갑니다.

저는 그런 기업을 응원합니다.

동네를 팔아 성장하는 기업이 아니라, 성장할수록 동네가 자기 미래를 더 많이 선택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