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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이 늘어나면, 무엇이 줄어드는가

지원금이 흔해질수록, 지원금 없이도 남는 구조가 더 중요해집니다.

김민규 그로스팀 팀장뉴키즈인베스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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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예산안을 '두 번째 결과'까지 읽기

🔗 지난주에서 이어집니다

지난주에는 AI가 '만드는 능력'을 흔하게 만들자 믿게 만드는 일의 값이 오른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흔해지는 대상이 능력에서 돈으로 바뀝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따라가 보면 결론은 비슷한 곳에 닿습니다.

📰 이번 주 이슈

9월 1일 발표된 2027년 중기부 예산안은 18조 724억 원으로 역대 최대입니다. 창업 쪽에서 눈에 띄는 숫자는 이렇습니다.

  • '모두의 창업' 4,411억 원: 2만 명, 평균 3천만 원으로 확대
  • '지역창업패키지' 1,700억 원 신규: 지역 창업·이전 기업에 최대 5억 원과 정착 비용 지원
  • 창업도시 4곳 → 10곳, 모태펀드 출자 1조 3천억 원

아직 국회 심사 중이고 12월에 확정됩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합니다. 창업 지원의 무게중심이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이미 많은 기사가 다뤘습니다. 이번 주에는 그다음을 묻고 싶습니다. 지원금이 늘어나면, 무엇이 줄어들까요?

🔍 표면 아래: 두 번째, 세 번째 결과

경제학에 2차 효과(Second-order effect, 어떤 변화가 직접 낳은 결과가 다시 만들어내는 결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유: 막히는 도로를 넓히면 처음 몇 달은 길이 뚫립니다. 그런데 "이제 안 막힌대"라는 소문이 돌면 그 길로 차가 몰리고, 1년 뒤에는 다시 막힙니다. 교통공학에서는 이를 유발 수요라고 부릅니다. 길을 넓힌 것(1차 효과)이 차를 불러들인 것(2차 효과)입니다.

지원 예산이 커질 때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세 단계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1차 결과: 받을 수 있는 돈이 늘어납니다.
지원 인원과 금액이 함께 커집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압니다.

2차 결과: 지원하는 사람도 늘어납니다.
지원금이 커지면, 원래라면 창업하지 않았거나 지역을 고려하지 않았을 팀도 들어옵니다. 경쟁이 세지면 심사의 눈은 "지원 자격이 되는가"에서 "지원이 끝난 뒤에도 남아 있을 팀인가"로 옮겨가기 쉽습니다. 특히 '지역 정착'이 지원 조건에 명시됐다는 점에서, 정착이 얼마나 오래갈지가 새로운 평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3차 결과: '지원금이 아닌 돈'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지원금이 흔해질수록 지원금은 신호(Signal,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역량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로서의 힘을 잃습니다. 지원사업 선정 이력이 많을수록 오히려 민간 투자자는 묻게 됩니다. "정부 돈 말고, 고객의 돈을 받아본 적은 있나요?" 지원금이 늘어날수록 줄어드는 것은 바로 지원금 자체의 희소성입니다.

⚖️ 반대편에서 보면

"지역으로 옮기면 최대 5억"은 매력적인 문장입니다. 하지만 이전을 고민하는 창업자라면 이 문장의 반대편도 봐야 합니다.

  • 사람: 지원금으로 사무실은 옮길 수 있어도 팀은 옮기기 어렵습니다. 핵심 인력이 따라오지 않으면 5억으로는 그 자리를 메우기 어렵습니다.
  • 고객과의 거리: 우리 고객과 판로가 수도권에 있다면, 이전은 고객과 멀어지는 결정일 수 있습니다.
  • 조건의 무게: 정착 지원에는 대개 일정 기간 머물러야 하는 조건이 따릅니다. 처음에는 혜택이던 것이, 사업이 방향을 바꿔야 할 때는 족쇄가 될 수 있습니다.

지원금이 결정의 이유가 되는 순간, 회사는 보조금을 따라 옮겨 다니는 회사가 될 위험이 생깁니다. 반대로 원래 그 지역이어야 할 이유가 있는 회사에게 이번 예산은 순풍입니다. 같은 돈이라도 '이유'가 먼저인 회사와 '돈'이 먼저인 회사에게는 전혀 다른 결과를 냅니다.

🧭 세 사람의 시선

창업자의 시선: "받을 수 있나?"보다 "받은 뒤에 우리는 어떤 회사가 되나?"
지원금은 회사의 시간을 사줍니다. 문제는 그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입니다. 지원 기간을 버티는 데 쓰면 지원이 끝나는 날 다시 출발선에 섭니다. 증명하는 데 쓰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투자자의 시선: "보조금을 빼고 계산해 보면?"
투자사가 지원사업 이력이 많은 회사를 볼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보조금을 빼고 숫자를 다시 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쓰는 개념이 단위경제(Unit Economics, 제품 하나를 팔 때 실제로 남는 돈)입니다.

비유: 붕어빵 하나를 1,000원에 팔면서 재료비 400원, 인건비와 자릿세를 나눠 계산하니 하나당 700원이 든다면 300원이 남습니다. 그런데 자릿세를 구청이 대신 내주고 있었다면? 지원이 끝나는 날 그 300원은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가 보고 싶은 건 지원금 없이도 남는 300원입니다.

고객과 지역의 시선: "이 브랜드는 우리 동네 것인가?"
지역 주민과 지역을 찾는 고객은 생각보다 빨리 알아챕니다. 이 브랜드가 지역에 머무는 이유가 지원금인지 애정인지를요. 지역 원물을 쓰고, 지역 사람을 고용하고, 지역 이야기를 하는 브랜드는 지원이 끝나도 응원받습니다.

🗂 장면으로 보기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 사례입니다)

두 창업자가 같은 해에 같은 지원사업에 선정됐다고 해봅시다.

A 대표는 지역창업패키지의 정착 지원을 보고 서울에서 강원도로 회사를 옮겼습니다. 지원금 덕분에 첫해 장부는 흑자였습니다. 그런데 반년 뒤 핵심 개발자가 서울을 떠날 수 없어 퇴사했고, 주요 고객과 판로도 여전히 수도권에 있어 대표는 일주일에 사흘을 서울에서 보냅니다. 지원이 끝나는 내년, 회사는 이전 비용과 인력 공백을 함께 떠안게 됩니다.

B 대표는 원래 제주 원물로 잼을 만들던 팀입니다. 같은 지원금을 받았지만, 대부분을 정기배송 실험에 썼습니다. 보조금을 뺀 월 손익은 지원 시작 때 -200만 원이었는데, 1년 뒤에는 -50만 원까지 줄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기배송 고객 300명과 재구매 데이터를 남겼습니다.

두 회사 모두 '지원사업 선정 기업'입니다. 하지만 지원이 끝난 다음 날, 투자자가 먼저 연락하고 싶은 회사는 어디일까요?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든 건 지원금의 크기였을까요, 지원금을 쓴 방향이었을까요?

💡 뉴키즈의 해석

투자사이자 지역 창업자들과 가장 가까이 일하는 액셀러레이터로서, 저희는 이번 예산을 이렇게 읽습니다.

"지역 창업의 기회가 커진 만큼, 지역 창업의 기준도 올라갈 것이다."

지원금이 늘어나는 시기는 역설적으로 진짜와 가짜가 갈리는 시기입니다. 지원이 넉넉할 때는 모두가 버티지만, 지원이 끝나는 순간 차이가 드러납니다. 그래서 지금 같은 시기에 가장 현명한 전략은 지원금을 '연료'가 아니라 '실험비'로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원 기간 안에 "보조금 없이도 남는 구조"를 하나라도 증명해 내는 팀이, 지원이 끝난 뒤 민간 투자를 받습니다.

🛠 이번 주의 도구: '보조금 빼고 계산하기'

아래 표를 우리 회사 숫자로 채워보세요. (숫자는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입니다)

항목              | 지원금 포함 | 지원금 제외
------------------+-------------+---------------------
월 매출           | 1,500만 원  | 1,500만 원
월 비용           | 1,700만 원  | 1,700만 원
지원금(월 환산)   | +400만 원   | 0
월 손익           | +200만 원   | -200만 원
버틸 수 있는 기간 | 계속        | 통장 잔고 ÷ 200만 원

오른쪽 열이 회사의 진짜 체력입니다. 오른쪽 열의 적자를 언제, 어떻게 0으로 만들지가 다음 지원사업 계획서와 투자 미팅에서 가장 강한 이야기가 됩니다.

✍️ 생각을 이어가는 질문

  1. (쉬운 질문) 지난 1년 매출과 운영비에서 지원금이 차지한 비율은 몇 %였나요?
  2. (어려운 질문) 내일 모든 지원금이 끊긴다면, 6개월 뒤 우리 회사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 모습이 지금의 계획과 얼마나 다른가요?
  3. (불편한 질문) 우리가 지금 이 지역에 있는 이유를 지원금 없이 설명할 수 있나요? 설명할 수 없다면, 그건 바꿔야 할 것이 지역일까요, 사업일까요?

➡️ 다음 주: 지원금이 흔해지면 '선정 이력'이 신호의 힘을 잃습니다.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 '안목'이 모든 상세페이지에 붙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출처: 이투데이: 중기부 18조 편성 '역대 최대'(2026.9.1) · 중기이코노미: 중기부 '27년 예산 18조724억 편성

#지역창업#지원사업#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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