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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돈이 몰릴 때, AI가 만들 수 없는 것

AI에 돈이 몰릴수록, AI가 만들 수 없는 것의 값이 오른다. 만드는 일이 쉬워진 시대에 브랜드의 신뢰와 고객 관계를 다시 생각합니다.

김민규 그로스팀 팀장뉴키즈인베스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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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글로벌 벤처 데이터를 로컬 브랜드의 눈으로 읽기

🔗 이번 시리즈를 시작하며

앞으로 5주 동안 뉴키즈 위클리는 서로 다른 다섯 가지 뉴스를 다룹니다. AI 투자, 정부 예산, 트렌드 키워드, 팝업스토어, 투자계약서입니다. 주제는 제각각이지만, 다섯 편은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무언가가 흔해지면, 그 대신 무엇이 귀해지는가?"

매주 한 가지가 흔해지는 장면을 보고, 그 반대편에서 값이 오르는 것을 찾아보겠습니다. 첫 주제는 지금 가장 빠르게 흔해지고 있는 것, '만드는 능력'입니다.

📰 이번 주 이슈

3분기 글로벌 벤처 투자 데이터가 잇따라 나왔습니다. 공통된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돈이 AI로 몰리고 있습니다.

  • 크런치베이스(Crunchbase)는 3분기에 10억 달러 이상 대형 라운드 건수가 기록적이었다고 집계했습니다. AI 경쟁이 뜨거워진 결과입니다.
  • 같은 분석에 따르면 3분기 스타트업 투자금의 절반이 2022년 이후 설립된 회사로 갔고, 투자 대상은 소프트웨어를 넘어 물리 인프라와 로보틱스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 피치북(PitchBook)의 유럽 보고서는 3분기 투자금의 약 3분의 2가 AI에 집중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해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투자 시장의 흐름은 시차를 두고 국내에도 닿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AI와 상관없어 보이는 로컬 브랜드에게도 두 가지 방향으로 영향을 줍니다. 투자금이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AI가 무엇을 값싸게 만드는가입니다.

🔍 표면 아래: 돈이 몰리는 곳과 값이 떨어지는 곳

1차 결과: 투자금이 AI로 쏠립니다.
투자자의 돈과 관심은 한정돼 있습니다. 한쪽으로 크게 쏠리면, AI가 아닌 분야의 창업자는 상대적으로 투자받기 어려워졌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대형 라운드가 늘어나면 전체 금액은 커져도 투자받는 회사의 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2차 결과: AI 도구가 값싸지고, '만드는 능력'의 가격이 떨어집니다.
AI에 돈이 몰린다는 건 AI 도구가 더 빠르게 좋아지고 더 싸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결과 디자인, 카피, 영상, 상세페이지 같은 만드는 능력이 누구에게나 주어집니다. 요즘 스타트업 홈페이지와 소개 자료가 하나같이 세련된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옵니다. "다 좋은데, 다 비슷하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말이 커머디티화(Commoditization, 차이가 사라져 가격 말고는 고를 이유가 없어지는 현상)입니다.

비유: 한때 소금은 월급으로 줄 만큼 귀했습니다. 지금은 어디서 사든 비슷하니 가장 싼 것을 고릅니다. 차이가 사라지면 남는 기준은 가격뿐입니다. AI가 지금 소금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바로 '만드는 능력'입니다.

3차 결과: 만드는 비용이 0에 가까워지면, 믿게 만드는 비용이 비싸집니다.
모든 것이 그럴듯해 보이면, 고객은 무엇이 진짜인지 가려내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씁니다. 그래서 고객은 점점 이미 검증된 것, 곧 써본 사람의 후기, 오래 지켜본 브랜드, 아는 사람의 추천에 기대게 됩니다.

여기서 필요한 개념이 신호(Signal,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진심이나 역량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비유: 같은 "고마워요"라도 손편지가 단체 문자보다 와닿는 건 글씨가 예뻐서가 아닙니다. 시간과 정성이 들었다는 사실이 진심의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1초 만에 손편지를 찍어낼 수 있다면, 손편지는 더 이상 진심을 증명하지 못합니다.

세련된 브랜딩도 같습니다. 예전에는 "이 팀은 디테일을 챙길 줄 안다"는 신호였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합니다.

⚖️ 반대편에서 보면

"AI가 아니면 투자받을 수 없다"는 과장입니다.
기록적인 대형 라운드는 주로 후기 단계, 그리고 소수의 회사에 집중된 이야기입니다. 초기 투자 시장, 특히 지역과 소비재를 보는 투자자는 여전히 다른 기준으로 회사를 봅니다. 쏠림을 아는 것은 중요하지만, 쏠림에 겁먹어 억지로 'AI 회사'처럼 보이려 하면 오히려 정체성이 흐려집니다.

AI는 작은 브랜드에게 기회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디자이너와 카피라이터를 둘 수 있는 큰 회사만 세련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작은 팀도 같은 출발선에 섭니다. 위협만 보면 이 기회를 놓칩니다. 만드는 일은 AI에 맡기고, 아낀 시간을 흉내 낼 수 없는 일에 쓰는 팀이 앞서갑니다.

'진정성'이라는 말도 흉내 낼 수 있습니다.
"결국 진정성이 답"이라는 결론은 쉽습니다. 하지만 진정성 있어 보이는 문장도 AI는 그럴듯하게 써냅니다. 말로 하는 진정성은 이미 커머디티가 되고 있습니다. 흉내 낼 수 없는 것은 말이 아니라 시간이 쌓인 행동입니다.

🧭 세 사람의 시선

창업자의 시선: "우리가 직접 해야만 의미 있는 일은 무엇인가?"
고객 열 명에게 직접 전화하기, 문제가 생긴 고객에게 대표가 직접 답하기, 원물 산지를 계절마다 다시 찾기. 이런 일은 AI가 대신할 수 없고, 시간이 들기 때문에 신호가 됩니다.

투자자의 시선: "이 회사의 해자는 어디로 옮겨갔나?"
해자(Moat, 경쟁자가 쉽게 따라 들어올 수 없게 만드는 지속적인 우위)는 예전에는 "우리만 만들 수 있다"는 기술과 생산력이었습니다. AI 시대에 투자자가 찾는 해자는 세 곳으로 옮겨갔습니다. 복제할 수 없는 창업자의 이유, 고객과의 관계, 그리고 하지 않기로 한 것의 목록입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회사는 해자를 만들지 못합니다.

고객의 시선: "누구를 믿어야 하지?"
넘쳐나는 선택지 앞에서 고객은 지칩니다. 그래서 고객이 찾는 건 '가장 좋아 보이는 곳'이 아니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곳'입니다. 브랜드란 결국 넘쳐나는 선택지 속에서 고객의 고민을 덜어주는 약속입니다.

🗂 장면으로 보기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 사례입니다)

같은 동네에서 수제 디저트를 파는 두 브랜드가 있습니다. 둘 다 올해 AI 도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A 브랜드는 AI로 상세페이지와 SNS 게시물을 매일 만들었습니다. 게시물 수는 세 배로 늘었고 디자인도 세련돼졌습니다. 그런데 팔로워는 늘어도 문의는 늘지 않았습니다. 피드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예쁘다" 다음에 "그런데 다른 데랑 뭐가 다르지?"였습니다.

B 브랜드도 AI로 게시물 만드는 시간을 줄였습니다. 대신 아낀 시간을 두 가지에 썼습니다. 매주 단골 다섯 명에게 대표가 직접 새 메뉴 시식을 부탁하고 의견을 받았고, 그 과정을 짧은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게시물 수는 그대로였지만 재구매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두 브랜드 모두 AI를 잘 썼습니다. 차이는 AI로 아낀 시간을 어디에 다시 썼느냐였습니다. A는 더 많이 만드는 데 썼고, B는 흉내 낼 수 없는 일에 썼습니다. 우리는 AI로 아낀 시간을 지금 어디에 쓰고 있나요?

💡 뉴키즈의 해석

투자금이 AI로 쏠리는 지금, 저희는 이 흐름을 이렇게 읽습니다.

"AI에 돈이 몰릴수록, AI가 만들 수 없는 것의 값이 오른다."

AI는 우리 대신 많은 것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만들지 않을지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들이 쌓여 신뢰가 됩니다. 브랜드는 로고가 아니라, 수천 번의 작은 결정이 쌓인 흔적이기 때문입니다.

투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투자사에서 받든 10억 원은 10억 원입니다. 그래서 투자사의 브랜드는 결국 함께한 창업자들이 우리를 어떻게 이야기하느냐로 완성됩니다. 만드는 일이 쉬워진 시대에 가장 어렵고 값진 일은 고르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요? 저희가 함께하는 창업팀과 브랜딩 작업을 시작할 때 늘 처음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브랜드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무엇인가요?" 제품 이야기는 10분도 할 수 있는데, 이 한 문장 앞에서는 많은 팀이 오래 머뭅니다. AI로 만든 결과물을 받아 들고 "예쁜데… 우리 같지는 않아요"라고 말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결과물이 나빠서가 아니라, '우리다움'의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비유: 아무리 좋은 차와 노련한 운전기사가 있어도,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으면 차는 어디로도 가지 못합니다. AI와 대행사는 훌륭한 차와 운전기사입니다. 목적지는 창업자만 입력할 수 있습니다.

이 목적지를 마케팅에서는 포지셔닝(Positioning, 고객의 머릿속에서 우리가 차지하려는 자리)이라고 부릅니다. 목적지가 없으면 콘텐츠는 그때그때 유행을 따라가고, 하나하나는 괜찮아도 쌓이지 않습니다. AI는 만드는 일을 맡아줄 수 있지만, 방향을 정하는 일은 맡아주지 않습니다.

🛠 이번 주의 도구: '복제되는 것 / 복제되지 않는 것' 표

우리 브랜드의 강점을 모두 적고, 두 칸으로 나눠보세요. (예시)

  • 내일 경쟁자가 AI로 복제할 수 있는 것: 홈페이지 디자인, 상세페이지 카피
    복제할 수 없는 것: 3년 동안 쌓인 단골 고객 200명과의 관계
  • 내일 경쟁자가 AI로 복제할 수 있는 것: 제품 사진, 브랜드 영상
    복제할 수 없는 것: 제주 농가 5곳과 직접 맺은 계약과 신뢰
  • 내일 경쟁자가 AI로 복제할 수 있는 것: SNS 게시물 형식
    복제할 수 없는 것: 대표가 직접 답해온 문의 응대 기록

그다음, 지난주 우리 팀의 시간을 두 칸에 나눠 적어보세요. 오른쪽 칸에 쓴 시간이 왼쪽보다 적다면, AI로 아낀 시간을 다시 배치할 곳은 오른쪽입니다.

오른쪽 칸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면, 먼저 세 문장을 적어보세요. 오른쪽 칸이 비는 건 대개 강점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준이 아직 말로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 우리는 누구의 어떤 불편을 해결하는가. "맛있는 빵을 만든다"가 아니라 "아침을 거르는 직장인에게 5분 안에 끝나는 든든한 한 끼를 건넨다"처럼 써보세요.
  2. 우리가 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하지 않는 것이 분명해야 하는 것도 분명해집니다.
  3. 고객이 우리를 친구에게 소개한다면, 어떤 한마디일까. 그 한마디가 오른쪽 칸의 첫 줄이 됩니다.

✍️ 생각을 이어가는 질문

  1. (쉬운 질문) 지난주 우리 팀이 가장 많은 시간을 쓴 일은 위 표의 왼쪽인가요, 오른쪽인가요?
  2. (어려운 질문) 우리가 '하지 않기로 한 것'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관점이 없어서일까요, 말로 꺼내지 않아서일까요?
  3. (불편한 질문) 내일 누군가 우리 홈페이지와 제품 사진을 AI로 똑같이 복제한다면, 고객이 우리를 고를 이유가 남아 있을까요?

➡️ 다음 주: 흔해지는 것은 능력만이 아닙니다. 2027년 정부 예산안이 역대 최대인 18조 원으로 편성됐습니다. 돈이 흔해지면, 무엇이 귀해질까요?

출처: Crunchbase News: Q3 2026 Posted A Record Count Of Billion-Dollar Rounds As The Global AI Race Heats Up · PitchBook: Q3 2026 European Venture Report
※ 글로벌·유럽 집계입니다. 국내 3분기 수치는 중소벤처기업부·한국벤처캐피탈협회 통계로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AI#로컬브랜드#브랜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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