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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뉴키즈 레터

프로세스를 쉽게 만들지 못하는 이유

이민지 이사, 뉴키즈인베스트먼트

지난달, 저는 2명이 13명이 되면서 겪은 변화에 대해 썼습니다. 그때 조직이 커지면 매뉴얼을 만들고 문화를 언어로 정리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그 앞에 서면 저는 요즘 좀처럼 손이 나가지 않습니다.

이유는 수단이었던 것이 목적이 되는 상황을 저는 이미 여러 번 봤기 때문입니다. 효율을 위해 만든 절차가 어느새 그 절차를 지키기 위한 일이 되고, 보고를 위한 보고, 회의를 위한 회의가 되는 장면. "체계"라는 이름을 달고 정작 원래 하려던 일은 더 느려지던 순간들. 그걸 몸으로 겪고 나니, 이제는 새 프로세스 하나를 만들 때마다 묻게 됩니다. 이건 일을 줄이는 프로세스인가, 일을 위한 프로세스인가.

아는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

문제는, 이 질문의 답을 만들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는 겁니다. 모든 프로세스는 만들 때만큼은 다 필요해 보입니다. 그것이 일을 위한 일이 될지, 진짜 일을 덜어줄지는 시간이 지나야 드러납니다. 그래서 저는 자꾸 멈칫합니다. 만들자니 훗날 짐이 될까 걱정이고, 안 만들자니 지금 흩어지는 게 보이고. 고민만 쌓여갑니다.

그런데 최근 깨달은 게 있습니다. 이 망설임 자체도 비용이라는 것. 나쁜 프로세스가 조직을 무겁게 만든다면, 필요한데도 만들지 않는 프로세스는 조직을 계속 사람에게 의존하게 만듭니다. 완벽한 절차를 기다리며 아무것도 정하지 않는 것도, 결국 또 하나의 함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준을 바꿨습니다

'좋은 프로세스를 만들자'에서 '틀리면 빨리 버릴 수 있게 만들자'로. 이 절차가 영원히 옳은지 미리 판단하는 대신, 일단 가볍게 정하고 주기적으로 다시 묻기로 했습니다. 프로세스를 만드는 결정보다, 프로세스를 버리는 결정을 쉽게 만드는 것. 그게 지금 제가 찾은 답에 가장 가깝습니다.

딜소싱 앞에서도 같은 질문을 합니다

이 고민은 저희 본업인 액셀러레이팅에서 똑같이 반복됩니다. 창업가를 만나고, 멘토링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모든 활동은 결국 함께 갈 기업을 발굴하는 것, 딜소싱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면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는 것 자체가 목적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세션을 채우고 일정을 소화하는 데 몰두하다 "이 중에 우리가 정말 함께 투자하고 싶은 팀이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멀어지는 것이죠. 프로세스가 일을 위한 일이 되는 것과 똑같은 함정입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의 모든 활동에도 같은 질문을 붙여둡니다. 이건 딜소싱을 위한 일인가, 프로그램을 위한 일인가. 답이 흐려지는 활동은, 아무리 매끄럽게 돌아가도 다시 봅니다.

체계를 세우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과 좋은 투자처를 찾는 것도 같은 말이 아닙니다. 그 간극 앞에서 저는 여전히 자주 멈칫하고, 고민은 줄지 않습니다. 다만 이제는 멈칫하는 시간을 줄이고, 틀렸을 때 빨리 알아채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뉴키즈인베스트먼트도 지금 똑같이 이 질문을 붙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과 계속 질문을 다듬어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